<2021년11월03일(수) 왕상19:1-9 큐티목소리나눔>
“엘리야의 탈진, 잘 먹고 쉬게 해주시는 하나님”
1. 엘리야를 죽이겠다는 이세벨
*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쳐 죽이는 엄청난 영적, 실제적 전투를 치렀습니다. 또 3년 반이나 가뭄에 시달리던 이스라엘에 비도 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합도 살짝 깨갱하는 상황도 벌어졌구요.
* 허나, 이스라엘의 실세, 이세벨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아합은 그녀를 만나 상황을 보고했고, 에세벨은 노기등등하여 내일 아침까지 내 눈에 띠면 넌 주겄쓰~~ 라고 엘리야에게 협박 전갈을 보냅니다.
*** 음... 요즘 같으면 전갈 보낼 것도 없이 걍 엘리야가 묵고 있는 집을 포위하고 체포하거나, 포켓포로 정밀 타격해버리거나 할 텐데, 이렇게 전령을 보내 친절하게 경고도 하고... 역시 고전시대라 그런 건가요? 삼국지나 무협지처럼?
* 아님, 이세벨도 속으로는 겁이 나서 그런 걸까요? 남편 얘기로 볼 때 엄청난 능력자인데, 그런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도리어 화가 될까봐, 겁 먹고 쫓아내고자 일부러 큰소리 친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드네요. 실제로 겁은 나고, 자존심은 있고.. 뭐 그런 상황..
2. 위협에 완전 겁 먹은 엘리야, 이런 걸 영적 탈진이라고 하는 거죠...ㅠㅠ
* 한편, 이세벨로부터 전갈을 받은 엘리야, 앞선 갈멜산의 분위기로는 분명 이정도는 코웃음치고 말았을 터인데.. 이거 분위기가 완전 바뀌어 있습니다.
* 엘리야는 완전 쫄았습니다. 두려워서 곧바로 36계 줄행랑을 놓습니다. 목숨을 살리려고, 이스르엘에서 유다 남쪽 브엘세바까지 단숨에 도망갑니다. 평양에 있다가 제주도까지 도망간 셈입니다.
* 암튼 목숨을 살리려면, 이스라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유다, 그것도 남쪽끝까지 도망갔으면 됐는데, 근데 그게 끝이 아니네요.. 그는 그곳에서 시종도 버려두고 혼자 광야길로 하루를 더 걸어서 마침내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하나님보고 죽여달라는 겁니다. 난 죽고 싶다고, 이렇게 영적 전투를 어마무시하게 치렀는데요, 여전히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고...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으니 하나님이 제발 죽여달라고..
*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고..
*** 아니? 궁내 대신 오바댜가 그에게 말해준 그 100명의 선지자를 숨겨줬다는 말은 귓등으로 들은 거임?
3. 영적 탈진이 찾아올 때
* 그러게요.. 영적 탈진은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 같습니다.
* 엘리야가 이해되지 않는 바가 아니죠. 그는 진짜 홀로 3년 반을 지냈잖아요? 도망자 신세로... 오직 아합에게 가뭄을 예언한 죄(?)로.. 그 중 3년은 우상숭배의 본고장 시돈 땅에서 사방에 우상으로 우겨쌈을 당한 채 지냈고.. 그러다 마침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분연히 일어섰는데... 무려 악당을 850명이나 때려죽였는데, 근데, 아직도 악의 화신 이세벨은 저렇게 건재하고, 내 목숨은 파리 목숨 같고... 지칠 때도 되었죠. 누군들 이 상황에 낙담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 근데, 가만 돌이켜보며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교훈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일단 혼자가 위험하다는 거라!! 앞으로 그의 뒤를 이을 엘리사를 보면, 그는 선지자학교, 선지자 군단을 델꼬다니거든요. 이른바 재야운동팀이 생긴단 말예요. 거기에 비하면 홀로 외로운 늑대마냥 고군분투하던 엘리야였으니, 영적 침체 혹은 탈진도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게 되고, 또 이럴 때 속수무책인 거죠.. 그니까, 절대로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이란 사실!!
* 내 상황과 영적 갈등 같은 걸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위로, 격려, 도전, 책망할 수 있는 친구, 공동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거죠.
* 음...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탈진은 뭔가 큰 일을 하나 치르고 나면 반드시 찾아온 다는 거. 대 공사를 했거나, 이사를 했거나, 출산이나, 이직, 혹은 멋진 일들 여행을 길게 다녀왔거나, 수련회를 했거나, 뭐 암튼 그런 큰 일을 하고나면 반드시 산후 우울증처럼 영적으로도 소진이나 탈진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럴 때 사고 치기 쉽다는 거라... 엘리야처럼 죽여달라거나 뭐 그런... 혼자 남았다고 우기거나..
* 이럴 때, 더 큰 사고 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게 필요합니다. 아! 때가 되었네? 그럼 잘 쉬자~~ 그러고 나의 영혼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 취하는 태도라는~~ 쉼 없이 마구 달려가기만 하면 반드시 어디선가는 고장서 멈춰서야 할 때가 오나니...
3. 탈진에 대한 하나님의 처방, 걍 잘 먹고 푹 쉬어~~
* 자.. 이럴 때 하나님이 어떻게 엘리야를 대하시느냐? 이게 완전 교과서네요. 진짜로~~
* 하나님은 엘리야의 투정에 한마디도 야단치시거나 뭐 몰아붙이거나, 혹은 가타부타 변명이나 설명, 반박 같은 걸 하시지 않으시네요.
* 오직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천사를 보내서 따뜻한 빵과 물을 내밀면서 “이게 사소한 것 같아도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완전,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에 나오는 스토리 그대로잖아요? “사소한 것 같아도 도움이 되는” 이라는 스토리~~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아이 생일이라고 주문했다가 찾지 못한 케이크를 찾으러 빵집에 갔더니 빵집 주인이 갓 구운 빵과 따뜻한 차를 내주면서 “이게 사소한 것 같아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곤 이런저런 얘길 들려주는 거죠. 근데 그걸 먹으며 얘길 듣는데 아이 부모의 마음이 따뜻하게 녹는 거예요...)
* 그리고는 푸~욱 쉬도록 배려해줍니다. 그러면서 40일을 더 걸어서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도록 길동무가 되어주십니다.
*** 그러게요... 지친 나에게 필요한 건 이렇게 따뜻한 빵과 차 한잔, 주저리주저리 쏟아놓는, 논리도 엉망이고 스토리도 뒤죽박죽인 내 이야길 걍 들어주고 받아주는 친구라는~~
* 완전 무너진 내가 제일 위로받고 힘을 얻었을 때가 바로 이때였고, 무엇보다도 이런 친구가 하나님이라는~~ 기도실에서 펑펑 울면서, 눈물 콧물 다 쏟고, 걍 마구 울음만 쏟아내도 하나님은 이렇게 날 보듬어 주시고, 내가 니 마음 알지러.. 그러시는 우리 하나님.. 때로는 천사를 보내서 잘 쉴 수 있도록 선물도 주시고..(그러게요. 개척 4년 차 때, 이런저런 일들로 완전 그로기가 되어 더 이상 못하겠다고 선언해버렸을 때, 누군가 멀리서 찾아와서 우리 얘길 듣더니 말없이 손잡아주고는 제주도 여행 티켓을 내밀더라구요(그 부부가 얼마나 고마운지...). 비행기와 숙소에 자동차 랜트까지 다 마치고.., 그때 그 제주도 여행, 올레길을 아내랑 둘이서 울며울며 걸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하나님이 그 여행을 통해 우릴 새롭게 세워주셨다는...)
* 이런 하나님, 이런 공동체,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어서 넘 좋습니다. 살다보면 지칠 때도 있고, 넘너질 때도 있고, 소진하다 못해 불씨가 완전 죽어갈 때도 있지만 꺼진 등불 밟아 꺼뜨리지 않으시고, 상한 갈대 완전 꺾어 분질러버리지 않으시고, 오직 품어주시고 다시 소생시켜주시는 우리 하나님, 우리 예수님이 계서서 넘넘 행복합니다.
* 이 사랑에 겨워서 이제는 나도 이 하나님의 천사가 되어,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Ps. 시심 진도는 19장 전체를 오늘 묵상하게 되어있는데, 나눌 얘기가 많아서 이틀 나눠서 묵상하고 곧 진도를 따라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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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IVF영성식탁/[시심묵상]하창완목사의 '맑은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