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03월09일(화), 요13:31-38 큐티목소리나눔>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끝까지 사랑한 것 같이”
1. 서로 사랑하라 : 제일 무거운 계명
*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 중에 갑자기 일어나셔서 제자들 발을 씻기시더니, 가롯 유다 보고 뭐라 말씀하시고, 이어서 말씀하시길, “인자가 영광을 받음 > 아버지가 이로 인해 영광을 받음 > 아버지가 인자를 영광스럽게 하실 거임.” 음... 제자들은 뭔 말씀인지 1도 모르고...
* 근데 이어지는 얘기는 귀에 쏙 들어옵니다. 내가 어딜 갈 건데, 너희는 못 온다는 거죠... 암튼 제자들은 헷갈리는 중에 마음이 답답해지는 겁니다.
* 근데 이 말씀은 가롯유다가 나가고 나서 하셨다고라... 그가 나가자 이제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는 것을 직감하신 예수님, 곧 벌어질 일에 대한 당신의 각오와 믿음을 표현하신 말씀처럼 느껴지네요...
* 이제 가야 할 때가 바로 코앞임을 아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넘넘 많으신 거죠. ‘야들만 두고 우째 가노? 잘 버틸 수 있을랑가 모르것다... 아니, 잘 할 수 있을 거야.. ’ 이런 복잡한 심정..
* 이런 마음을 담아 긴 고별설교(14-16장), 이어서 긴 기도(17장)가 이어집니다. 공관복음이 사건의 전개를 중심으로 기록했다면, 요한은 이 상황에서 예수님이 어떤 마음이셨을까를 더 깊이 묵상하다 보니 이렇게 급박하게 펼쳐지는 사건 중간에, 그것도 엄청 길게, 예수님이 하신 이야기를 다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2.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 암튼, 예수님은 당신 앞에 펼쳐질 일들을 얘기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하십니다.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 음... 이 당부의 말씀은 사실 예수님이 하신 모든 말씀(14-16장)의 전체 내용을 압축한 거라는....
* 내가 너희를 불러 3년간 같이 다닌 이유가 바로 이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서였다. 너희끼리 남았을 때, 어떻게 살면 내 제자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너희가 서로 사랑하며 사는 거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끝까지 사랑한 것 같이 말이다...
3. 베드로의 부인 예고 : 그나마 다행...ㅠㅠ
* 근데, 예수님이 본격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인데, 운만 뗀 상황인데, 여전히 앞 말씀과 상황이 이해가 불가였던 제자들은 여전히 마음이 거기에 있었으니....
* 역쉬, 베드로, 이 상황을 깨고 나와 질문하네요. “주님 대체 어딜 가신다는 겁니까?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
* 예수님은 너희는 못 온다고 하셨고, 베드로는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 결국 예수님은 베드로가 세 번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모양새는 베드로가 자기 목숨도 내놓겠다니까 약간 발끈하신 듯한 목소리로 이 이야기를 하신 것 같습니다만... 다른 복음서를 참고하면 이 또한 예수님의 깊은 사랑이 배어있는, 그리고 제자들을 미리 준비시키고자 하는 예수님의 속 깊은 배려라는 게 느껴집니다.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 근데, 사실 이 베드로의 이야기가 바로 치고 들어온 것이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느낌 같은 느낌~~ㅎㅎ
* 왜냐면, 예수님이 서로 사랑하라 하신 이 계명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니까...ㅠㅠ 적어도 사랑해보겠노라고 결심하고 행동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한 번 이상은 좌절을 경험하고, 아니 한 번이 뭐야, 해도해도 계속 사랑에는 잼뱅이요, 끝없이 자기 정죄감만 쌓이는 게 사랑하라는 계명이니까....
* 이런 부담감을 확 날려주는 공감대, 싱크로율 500퍼 사건이 바로 베드로의 이야기니까요.. 목숨까지 버린다고 큰소리 치고서 바로 그날 밤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으니...ㅠㅠ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라.
* 그러나... 예수님은 또 나름 계획이 있으시다는~ 바로 끝까지 사랑하시는 마음이 담기 계획이..
* 예수님이 하신 예고대로 베드로는 실패했고, 그 실패감과 자기 정죄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예수님은 갈릴리 고기잡이 현장에서 다시 베드로를 만나시잖아요?
* 그리고 실패를 역순으로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세 번이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구요... 이걸 피하지 않고 또 정직하게 직면한 베드로(진짜 짱 멋진 베드로 성격..ㅎ), 마침내 그 사랑에 흔들림 없는 굳건한 반석이 되어갔으니...
***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른다는 것은, 그저 이론적으로, 또는 수련회 때나 기도회 때 마음의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란 거.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 같이 뒹굴며 때로 실패하고, 때로 좌절하고, 때로 쬐끔 사랑을 실천한 것 같기도 한, 그런 반복된 삶의 과정임을 다시 새겨봅니다.
* 그래서 베드로의 실패가 오히려 위로가 되는 거고, 또 베드로를 찾아오신 예수님을 통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라는 말씀이 가슴을 후벼 파고드는 것이구요.
* 지금도 저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법을 현실 속에서 배워가는 어린아이 같아 보입니다. 여전히 내 속에서는 사랑보다는 이기심이 더 많이 보이고.... 그래서 실망스럽고 더러는 짜증 나고 그런데....
* 그래도 베드로를 보면서, 또 그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용기도, 힘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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